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바라보는 책입니다.
무언가 자꾸 무뎌지고 안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식재료의 이미지 앞에서, 당신은 그저 잠깐 멈추기만 하면 됩니다. 나뭇결처럼 얽힌 통밀 껍질, 곧게 뻗은 셀러리의 섬유, 물을 머금어 몇 배로 부풀어 오른 작은 씨앗. 소화되지 않고 지나가며 오히려 나를 안에서부터 깨우고 다듬는 거친 얽힘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집니다.
이미지 옆에는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두세 줄의 문장을 놓았습니다. 거친 섬유가 몸속을 지나며 쓸어내고 채우는 일을, 딱딱한 설명 대신 마음에 스미는 은유로 옮긴 것이죠.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동안 생각의 소음이 잦아들고, 짧은 문장 하나가 명상의 호흡처럼 무뎌진 마음을 가만히 흔들어 깨웁니다.
스크롤을 멈추고 거친 결 하나 앞에 머물러 보세요. 눈이 쉬고, 생각이 느려지고, 안에 쌓여 있던 하루가 한 겹씩 정갈하게 비워집니다. 지친 오늘을 위한, 가장 조용한 마찰의 명상. 머리맡에서든 출근길 지하철에서든, 잠들기 전이든 3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한 겹의 건강한 거칠음입니다.
영양학자 배흥숙(심영)
오랜 시간 강단과 현장에서 수많은 분들의 몸과 마음을 마주해 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영양 정보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를 여백이라는 사실을요. 성분표와 칼로리에 지친 당신에게, 저는 조금 다른 방식의 건강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바로 '바라보는 영양학'입니다.
전문성은 뿌리 깊이 두되, 겉으로 드러나는 문장만큼은 시적이고 따뜻하게 쓰려 했습니다.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대신, "무기력했던 하루의 끝에, 붉은 위로 한 방울이 번져갑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가르치려 들기보다, 갤러리의 도슨트처럼 조용히 당신의 시선을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영양의 미학》은 제가 오래 품어온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이 부담이 아니라 일상이 될까. 이 8부작에 색, 에너지, 구조, 경계, 순환, 마찰, 빛, 기반이라는 여덟 개의 결로, 우리 몸과 자연 사이에 다리 하나를 놓아 봅니다.